성신여자대학교박물관 12월의 소장품(중앙박물관)
완전한 혹은 완전할 수 없는
유근택 작가는 현대적인 주제, 소재와 한국 동양화의 전통을 접목하는 작업을 통해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지와 먹 같은 전통적 소재를 아크릴이나 유화와 혼합하여 일상과 환경,
더 나아가 집단 속 개인이 겪는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방식이 특징이다.
이러한 작업방식은 동양과 서양, 문명과 자연, 개인과 집단 등 이분법의 경계를 오가며
일상을 돌아보고 그 안에서 낯설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그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그림이란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어떤 중심적인 힘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상적인 대상들이 때로는 너무 낯설게, 혹은 신비스러운 힘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러한 ‘낯설음’이란 것은 내게 있어서 사물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그림에 접근하는 중요한 동기가 되는데,
그것은 간혹 내 삶의 위치를 환기시켜주는 하나의 장치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다.” - 유근택
그에게 ‘일상’은 매일 반복되는 동일한 풍경이 아닌, 익숙함 가운데 낯섦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이다.
사소한 일상 속 ‘나’를 둘러싼 사회적인 이슈, 전쟁이나 팬데믹 같은 세계적 정황,
더 나아가서는 ‘나 자신’이 존재하는 우주까지 개입할 수 있는 틈이라고 보았다.
즉 ‘일상’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하나의 세계로 본 것이다.
유근택의 근작들은 일상과 일탈의 경계를 넘나들고, 사건과 장면이 암시되어 있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 작품은 익숙한 농촌 풍경을 담은 것으로 보이지만,
맥도널드의 상징물로 서구화되고 도시화된 풍경의 단편이 어우러져 있다.
이를 통해 좌표를 상실한 당시 시대에 우리의 땅이 가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상적인 풍경과 일상이 아닌 무거움 사이의 ‘차이’를 한 화폭에 담아낸 것이 인상적이다.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호흡하는 모든 것들이 어떻게 회화화 될 수 있는가”에 대해 꾸준한 질문을
던져온 그의 작품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보편의 정서를 들여다보게 하여 시대정신을 묻게 한다.
2003년에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에 교수로 임명되어 현재까지 재직 중인 유근택 작가의 작품은
리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 다수의 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