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자대학교박물관 8월의 소장품(중앙박물관)
판자촌
유화라는 재료를 통해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드러낸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박수근 작가는
1914년 강원도 양구의 산골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가난한 집안 환경 때문에 미술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 없이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으며,
6·25 중 월남한 그는 부두 노동자로 일하거나, 미군 부대 PX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일 등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주로 농촌의 소박한 삶과 서민들의 일상을 담아냈으며,
그의 예술철학은 이름이 없고 가난한 서민들의 선하고 진실한 삶을 오롯이 표현하는 것이었다.
대표작으로는 ‘절구질하는 여인’, ‘나무와 두 여인’, ‘소나무’ 등이 있으며 간결한 구도와 따뜻한 색조가 특징이다.
그의 작품 가운데 판자촌 시리즈는 1950년 피난 시절부터 1960년대까지
흔히 볼 수 있었던 가건물인 판잣집을 통해 가난한 도시 서민 생활의 단면을 기록한 작품이다.
박수근의 회화에서 볼 수 있는 마티에르는 대상의 사실적 표현을 중시하는 아카데미즘과는 반대되는 현상에 대한 제시로서
미술발전의 퇴행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국 산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강암의 질감으로 친근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물감을 쌓고 굳히고 두텁게 하는 방법으로 작가 본인만의 조형 언어를 창출해냈으며,
한국인의 서민적 생활상과 정서를 집약적으로 표현했다.
한국적인 정서를 깊이 담고 있는 박수근의 예술 세계는 단순한 그림을 넘어 한국의 정체성 그 자체로 평가받을 수 있다.